북한산 큰숲, 은평 은평구청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청주, 자는 명길, 호는 구암, 아버지는 판관 효윤이며, 어머니는 예빈시정 신건의 딸이다. 1579년(선조 12년) 생원시에 합격하고 1586년 천거로 중부참봉이 되었으며, 이어 경기전참봉, 선릉참봉을 지냈으나 병으로 사직하였다. 1589년 정여립 모반사건 때 정여립의 시신을 거두어 염한 사실이 발각되어 장형을 받고 귀양갔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대사면령으로 풀려났다.

유배지에서 왜군에게 아부하여 반란을 선동한 자들을 참살한 공로로 관직에 기용되었으며, 1595년 호조좌랑, 1601년 형조좌랑, 청주목사, 1607년 호조참의를 역임하였다. 1611년(광해군 3년) 파주목사로 있다가 관직에서 물러나 양주의 물이촌에 퇴거하였다. 실증적인 방법으로 역사와 지리를 연구하여 <동국지리지>를 저술함으로써 조선후기 실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영의정에 추증되었으며, 원주의 칠봉서원에 제향되었다.

한백겸이 만년에 퇴거했던 양주 물이촌이 현재의 은평구 수색동이라는 설명이 있다. 지금 수색역 앞에 서쪽으로 뻗어 있는 넓은 들 건너편에 위치한 마을을 원래 ‘물치' 또는 ‘무르치' 라고 불렀는데, 장마철만 되면 물이 치어 올라 마을이 온통 물 일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한자로는 ‘水色'이라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동국여지비고> 라는 책을 보면 “구암 한백겸이 수생리에 살면서 서재를 열고 학문을 가르쳤는데, 마침내 마을 이름을 물이촌으로 고치고 기록하여 뜻을 밝혔다.” 라고 하여 수색, 즉 수생리를 본래 부르던 ‘무르치' 와 발음이 가깝게 물이촌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